경행록(景行錄)에 이른다.
“귀한 재물은 쓰면 다 없어져도
충성과 효도는 누려도 다함이 없는 것이다.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해도 좋거니와,
서로 서로 뜻이 어그러지면 돈이 많은들 무엇하리?
다만 한 아들이라도 효자라면 자손이 많아서 무엇하랴?
아버지에게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들의 효도로 인함이요,
남편에게 번뇌가 없는 것은 곧 아내가 어진 때문이다.
말이 많고 말이 잘못됨은 모두 술로 인함이요,
의리가 끊어지고 친함이 성겨지는 것은 다 돈 때문이라.
이미 떳떳하지 못한 즐거움을 가졌거든
반드시 헤아리지 못할 근심이 올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특별한 사랑을 받으면 욕됨을 생각하고
편안한 데서 살면 위태로움을 생각해야할 것이다.
영화(榮華)가 가벼우면 욕됨이 작고,
이로움이 무거우면 해로움이 클 것이다.
몹시 사랑하면 반드시 많이 쓰게 되고,
몹시 칭찬하면 반드시 많이 헐뜯게 되고,
몹시 기쁘면 반드시 크게 조심이 되고,
몹시 탐내서 가지면 반드시 많이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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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孔子)가 말씀하셨다.
“높은 언덕을 보지 않으면 어찌 넘어져 떨어질 근심을 알까?
깊은 물에 이르러 보지 않으면 어찌 빠져 죽을 근심을 알까?
큰 바다를 보지 않으면 어찌 풍파의 근심을 알까?
아직 오지 않은 앞일을 알고자 하면
먼저 이미 지나간 일을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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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행록에 이른다.
“내일 아침의 일은
저녁때에도 꼭 그렇게 된다고 예상하지 못할 것이요,
저녁때의 일은
오후 네 시쯤에도 꼭 그렇게 된다고 예정하지 못할 것이다.”
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는 비, 바람이 있고,
사람에게는 아침과 저녁으로 재화와 복록이 있다.
나무는 잘 기르면 뿌리가 굳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좋은 기둥이나 대들보의 재목이 만들어진다.
물은 근원을 잘 만들어 놓게 되면
샘의 근원이 줄기차고 흘러내리는 물길이 깊어서
논밭에 물을 대는 이로움이 넓다.
사람을 잘 기르게 되면 의지와 기개가 크고,
학식과 견문이 밝아서 충성과 절의의 인물이 나온다.
그러니 어찌 잘 기르지 않을 수가 있는가?
스스로 자신을 믿는 사람은 남들도 역시 믿어서
오(吳)나라 월(越)나라 같은 사이라도 형제와 같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은 남들도 역시 의심하게 되어
자기 이외에는 모두 적국(敵國)과 같이 되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사람은 등용하지 말고,
한 번 등용했으면 의심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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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간(諷諫)에 이른다.
“물속의 고기와 하늘가의 기러기는 높이 나는 놈은 쏠 수 있고
낮게 다니는 놈은 낚을 수 있지만,
오직 사람의 마음은 가깝게 있어도 쉽게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호랑이를 그리는 데 그 겉모양은 그릴 수 있으나
그 뼈는 그리기 어렵고,
사람을 아는데 그 얼굴은 알 수 있으나 그 마음은 알기 어렵다.
사람이 서로 낯을 맞대고 이야기 하고 있어도
그 마음은 많은 산이 가로막힌 듯 멀리 있을 수 있다.
바닷물은 마르면 그 밑바닥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은 죽더라도 그 속마음을 헤아리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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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이 말했다.
“사람이 남과 원한을 맺으면 재앙의 씨를 심는 것이요,
착한 일을 보고도 행치 않으면
자신을 망치는 도적을 만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