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코람데오)♠

황금과 씨앗

비타민님 2016. 6. 4. 15:33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 벤 스타인 -

   
 

한 여객선이 넓은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어요. 배 안에는 가족들과 여행을 나선 사람들,

다른 나라에 가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꿈에 부푼 사람들이 여행을 즐기고 있었어요.

하루는 폭풍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굵은 빗줄기가 갑판을 세차게 때리고 거센 바람이 여객선을 뒤흔들었어요.

한 부인이 아이들을 안고 울부짖었어요.
“이러다가 우리 다 죽는 거 아니에요?”
“우리 배는 무사할 테니 걱정 말아요.”
선장은 큰 소리로 승객들을 안심시켰어요.
얼마가 지났을까. 빗줄기가 멈추고 바람도 잦아들었어요.

그런데 배는 항로를 잃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 덩그러니 남았어요.
선장은 육지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어느 무인도에 배를 댔어요.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러나 곧 그 섬을 어떻게 빠져나갈지 걱정이 몰려왔어요.

한 젊은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어요.
“이젠 어쩌죠?”
선장이 나지막이 대답했어요.
“구조대가 우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 중 나이가 많은 노인이 말했어요.
“남은 식량이 얼마나 되는지 배를 뒤져봅시다.”
배를 샅샅이 뒤지자 몇 달 먹을 식량과 여러 가지 씨앗을 담은 주머니가 나왔어요.

선장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했어요.
“다행히 우리가 몇 달 동안 먹을 식량이 있습니다.

이것을 먹으며 구조대가 우리를 찾을 때까지 섬에서 버티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시 바다로나가기엔 배에 기름이 얼마 남지 않아 위험합니다.”
씨앗 주머니를 뒤적이던 노인이 말했어요.
“이 씨앗들은 채소와 곡식의 씨앗이오. 혹시 모르니 이것을 심어서
식량을 대비해 놓는 것이 어떻겠소?”  
“좋아요, 그렇게 해요.”
다들 노인의 말에 찬성했습니다. 노인이 다시 말했습니다.
“그러면 여자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남자들은 씨앗을 심게 땅을 팝시다.”

 

 

 

남자들은 땅을 파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땅을 조금 파 들어가자
이상한 물건이 나왔어요.
“어? 이게 뭐지? 보석 같은데?”
“이건 황금덩어리다.”
“어디, 어디 나도 찾아봐야지.”
여기저기서 황금과 보석을 들고 놀라는 사람들. 선장이 입을 열었어요.
“예전에 해적들이 훔친 보석과 황금을 숨겨놓은 섬이 있다고 들었는데

바로 이 섬이 그 보물섬인가 봅니다.”
“야호! 보물섬이라니!”
사람들은 흥분하여 어쩔 줄을 몰랐어요.
선장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말했어요.
“자, 자! 진정들 하시오. 이 섬 구석구석에 보물이 묻혀 있을 거예요.

우리 싸움이 나지 않도록 보물을 다 캐내어 모아두고 똑같이 나눕시다.”
“그게 좋겠어요.”
“자, 어서 땅을 팝시다.”
사람들은 힘차게 땅을 파기 시작했어요. 씨앗을 뿌리는 것도 잊고

황금과 보석을 캐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 한 달, 두 달…. 황금과 보석이 점점 쌓여 산더미가 되었어요.

사람들은 몇 달째 섬을 헤집고 다니느라 지칠 대로 지쳤어요. 선장이 바닥에 누우며 말했어요.
“아, 힘들어. 이제 보석은 그만 파도 되지 않을까요?”
“맞아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런데 구조대는 언제나 올까?”
“이제 보석 캐는 일은 그만하고 쉽시다.”

 

 

 

한 부인이 소리쳤어요.
“어쩌죠? 식량이 바닥났어요.”
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어요.
“맞다, 씨앗!”
선장과 사람들은 헐레벌떡 일어나 씨앗 주머니를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어요.

부인이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어요.
“씨앗 주머니가 바다로 떠내려간 모양이에요. 이제 우린 다 굶어죽고 말 거예요.”
그때 노인이 다가와 말했어요.
“다들 나를 따라오시오. 사실은 내가 여러분이 보석을 캐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섬 반대편에 씨앗을 뿌려 곡식과 채소들을 키워놓았소.”
사람들이 노인을 따라간 곳에는 각종 채소와 곡식들이 자라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노인에게 감사 인사를 했어요.
“고마워요, 할아버지.”
노인이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이 세상에는 반짝이는 보석과 황금보다 소중한 것들이 많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