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 은둔하여 농부가 날라다 주는 음식만 먹고
날마다 끊임없이 기도만 드리던 수도자가 있었다.
깊은 밤에도 두 번 씩이나 일어나
기도를 드릴 만큼 열심이었다.
그러다 하루는 그에게 회의의 그림자가 밀려들었다.
'나의 이런 생활이 정말 올바른 것일까?'
의문에 사로잡힌 그는 산 아래 마을의 장로를 찾아가
자기의 삶이 정말 올바른 것인지 몰었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글쎄…
농부가 사는 모습을 한번 보면 어떻겠소?"
수도자는 장로의 제안을 받아들여 밥을 날라다 주던
농부와 며칠을 지내며 그의 생활을 지켜 보았다.
농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주여!'를 외치고는
해가 질 때까지 들녘에서 일만 했고,
'주여!' 하며 기도하곤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매일매일이 같았다.
수도자는 농부의 일상에 크게 실망하곤 다시 장로를 찾아갔다.
"뭡니까? 농부는 하루에 두 번밖에 신을 생각하지 않아요!"
장로는 그의 불평을 듣고 다시 이런 제안을 했다.
기름이 가득 든 그릇을 들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기름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아야 했다. 은수자는 기름을 흘릴까봐
조심조심 온 정신을 집중한 채 마을을 돌고 장로에게 돌아왔다.
장로가 물었다.
"마을을 돌면서 몇 번이나 신을 생각했나요?"
"기름을 흘릴까봐 다른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요."
"보시오. 농부에겐 아내와 자식들이 있소.
농부는 그들을 위해 힘들게 노동하며
하루에 두 번이나 신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소?
겨우 기름 든 그릇 하나를 옮기면서도
다른 생각은 전혀 못했잖소?"
(톨스토이, <참된 행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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