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젊은 선비가 외출에서 돌아와
어머니 앞에서 인사를 드리며 하는 말이다.
"아무데 사는 아무씨 자제 아무개 있지 않아요?
그 사람, 생각보다 점잖은 사람입니다.
아무하고 셋이 작반해 길을 가는데,
저쪽에서 절세의 미인이 오고 있지 않겠어요.
저 그런 미색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래, 저희 둘은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데
그 사람만은 까딱 없었어요.
부채 차면을 하고 예사로 지나치는데,
그만큼 수양 쌓기가 어디 쉽겠습니까?"
얘기란 듣는 상대로 하여금 동조해주기를 바라고 하는 것인데
어머니의 분부는 의외였다.
"너, 지금 웃옷 입은 그대로 잠깐 그 사람 집에까지 갔다오너라.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다른 이유 들 것 없이 단순히 모명이라 말하고
절교를 선언하고 돌아오너라. 다른 이유는 물을 것 없다."
하고 엄숙하게 말씀하시니까
단 한마디 반문도 못하고 곧장 말씀대로
친구를 찾아가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딱 잘라 말했다.
"나, 자네하곤 절교했어. 다시는 자네를 친구로 안 알 테니
자네도 나를 친구로 여기지 말게."
맑은 하늘에 벽력 같은 의외의 선언이라 모두가 놀랐고,
그것은 서울 장안 사환하는 집안에 얘깃거리로 퍼졌다.
그뒤 그 군자라던 사나이는 역모에 가담해서
그와 가까운 친구들이 많이 다쳤는데,
이 사람만은 절교한 사실이 분명해 깨끗이 벗어날 수가 있었다.
"어머니, 그럴 줄 어떻게 미리 아셨사와요?"
"남녀간을 막론하고
뛰어난 이성을 볼 때 자연 마음이 동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야.
아직 젊은 사람이 그것을 극복한 체하는 것은 가면인데,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어찌 남을 안 속일쏘냐?
일후로는 사람을 보더라도 눈여겨 봐둬야 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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