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의 몸값
기원전 75년 7월의 어느 날 밤,
휘황하게 빛나는 달빛을 받아 거울처럼 잔잔한 지중해를
조용히 항해하던 배 한 척이 갑자기 해적의 습격을 받아
아수라장이 되었다.
배에 옮겨 탄 해적들은 화물이며 귀중품을 강탈했을 뿐만 아니라,
두려움에 떠는 승객들 중에서 몸값을 뜯어낼 수 있겠다고 보이는
사람들은 따로 추려내 억류했다.
마침 그 배에 타고 있던
훤칠한 풍채의 줄리어스 시저도 해적의 눈에 띄게 되었다.
"넌 누구냐?"
"나를 모르는가? 내가 바로 시저다.
머지않아 천하를 호령할 사람이니까 잘 기억해 두어라!"
"풋내기 주제에 이놈이 큰소리를 치는군."
해적 두목은 그 와중에서도
태연자약한 시저의 대담함에 약간 놀라면서 말했다.
"어디 가는 거냐?"
"로도스 섬의 대웅변가 모론 선생 밑에서 공부하러 간다."
"흥, 조금은 건더기가 있는 놈 같군.
좋아, 네놈의 몸값은 이십 탤런트로 해 주지.
네놈의 가신을 로마로 돌려보내 줄 테니 돈을 가지고 오게 하라.
그때까지 네 몸은 내가 맡아 두겠다."
"잠깐!"
시저가 끼여들었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뭐라고? 몸값이 비싸서 놀랐나?"
"아니다. 내 목숨이 겨우 그 정도 값으로 거래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다!"
"뭐라고?"
"아무리 많은 금액을 말한다 해도 부족하겠지만,
하다 못해 네가 말한 몸값의 두 배 반으로 해 주지.
그러나 그 몸값을 지불하고 자유의 몸이되면
너희들을 남김없이 나무 기둥에 묶어 놓고 찔러 죽일 테니
지금부터 각오하고 있는 게 좋을 거다."
"이놈이 잠꼬대를 하는구먼."
해적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비웃으면서도 시저의 대담한 태도에는 혀를 내둘렀다.
이윽고 몸값을 지불하고 석방된 시저는 곧 군대를 모아
해적들을 모두 잡아 처형함으로써 약속을 실행했다.
우리 생활은 대부분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가득 찬 채
흘러간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둘러싸고 내가 옳다 네가 옳다 떠들어 대고,
끝내는 서고 욕을 퍼붓고 때리며 유혈 참사마저 일으킨다.
그러나 조금만 높은 곳에서 그런 꼴을 바라보면
보잘것없는 미물의 꿈틀거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소한 일에 구애되지 말라.
얼굴을 붉히고 흥분하는 어리석은 자신을 돌아다보라.
이제 차원을 전환시키고자 노력하라.
그렇게 할 때 욕도 시기도 탐욕도 분노도 모두 흔적 없이 사라지고
활달하면서 대담하고 당당한 인생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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