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찐빵과 만두를 만들어 파는 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어느 날,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더니 후두둑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나기겠지 했지만, 비는 두어 시간 동안 계속 내렸고,
도무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주머니에게는 고등학생 딸이 한 명 있었는데
미술학원에 가면서 우산을 들고 가지 않았다는 것이
불현듯 생각났습니다.
아주머니는 서둘러 우산을 들고 딸의 미술학원 앞으로 갔지만,
학원에 도착한 아주머니는 들어가지 못한 채
주춤거리고 서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나오는 통에 밀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작업복에
낡은 슬리퍼, 심지어 앞치마까지....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딸이 혹시나 엄마의 초라한 행색에
창피해 하진 않을까하는 생각에 아주머니는 옆 건물에서
딸이 나오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학원이 있는 3층을 올려다봤습니다.
마침 빗소리에 궁금했는지, 아니면 엄마가 온 걸 직감했는지
딸은 창가를 내려다보았고, 엄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딸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엄마를 본 딸은 몸을 숨겼다가 다시 살짝 고개를 내밀고,
다시 숨기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순간 딸이 초라한 본인의 모습 때문에
기다리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이 느꼈습니다.
슬픔에 잠긴 아주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딸을 못 본 것처럼 돌아서 가게로 돌아왔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습니다.
미술학원으로부터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자신을 피하던 딸의 모습이 생각나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나절을 고민하던 아주머니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미술학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학원에 도착한 아주머니는 또다시 문 앞에서 망설였지만,
결심한 듯 문을 열고 들어가 벽에 그림을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한 그림 앞에 멈춰선 아주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그림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제목,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비, 우산, 밀가루 반죽이 묻은 작업복, 그리고 낡은 슬리퍼...
그림 속에는 한 달 전 학원 앞에서 딸을 기다리던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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