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개신교 평신도인데,
간혹 설교나 성경에 대한 글을 보면…
마음에 썩들지 않는 일이 많다.
기독교는 분명 수입 종교로 우리의 풍습 문화 생활관과는
많은 부분이 일치하지 않는데,허절한 논리를 끌어와
억지 춘향전으로 교인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러시어의 문호 톨스토이도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 끝에
성경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하고 이를 글로 옮긴 걸 보았다.
설교나 성경을 논할려면 더 많은 공부를 해야할 분들이 많다.
내가 존경하는 분 중에 테레사 수녀님이 계신데,
이 분은 박학 다식하신 분이지만 말 대신 행동으로
살아계신 주님을 주님의 도구로 몸소 실천하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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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曲, La Divina Commedia내용을 요약해 보면,
단테가 정신을 차려 보니 웬 어두운 숲 속에 떨어져 있고,
태양 빛을 찾아 헤매다 표범, 사자, 암늑대 3종 세트(...)를 만나
도망치던 중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영혼을 만난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가 사랑했던 베아트리체가
단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보냈다고 하면서,
단테의 길잡이가 되어 지옥과 연옥을 지나 천국으로 안내한다.
연옥의 마지막에서 단테는 천국에서 온 베아트리체를 만나고,
이번에는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아 천국을 여행한다... 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단테의 지옥, 연옥, 천국 여행기라고 할 수 있겠다.
형식은 서사시, 즉 시 형식이며 소설을 여러 장(章)으로 나누듯
<신곡>은 곡(canto)으로 나누어져 있고,
지옥편 34곡, 연옥, 천국편 각 33곡, 총 100곡이다.
위에서 말했듯 내용은 지옥, 연옥, 천국의 세 부분으로 나눠지고,
이 중 <지옥편>은 단테가 어두운 숲 속에서 지옥을 거쳐
연옥 입구에 도착하기까지의 부분이다.
지옥편에는 지옥의 구조가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고
(지옥의 구조를 설명한 그림도 인터넷에 많이 있다)
각각의 죄에 대해
그 죄에 걸맞는 그럴싸한(...) 형벌이 마련되어 있다.
단테는 지옥을 여행하며 많은 죄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받는 형벌을 보며 죄인들과 베르길리우스와 대화하며
죄인들의 생전의 삶과 벌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명한 작품이니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내 느낌을 정리해 보면...
1. 죄와 속죄
단테가 지옥, 연옥을 거쳐 천국으로 간다는 것은
죄를 지은 자(단테)가 벌을 받고(지옥) 속죄의 과정을 거쳐(연옥)
용서와 구원을 받는다(천국)는 것,
즉 속죄의 과정을 비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옥에서는 수많은 죄인들을 죄에 따라 나누어 형벌을 지우고 있다.
지옥편은 단테가 지옥을 여행하며 만나는
많은 죄인들과 베르길리우스와 대화하고,
죄와 벌에 대해 독자에게 이야기하며 생각하게 하는,
위에서 말한 속죄의 과정 중 첫 부분이 된다.
자신이 어떤 죄를 지었는가,
그 죄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아는 것이
속죄에 이르기 위한 첫 단계라는 것을 말한다고 할까.
지옥편의 첫 구절을 보면
Nel mezzo
mi ritrovai per una selva oscura, I came to myself in a dark wood,
ché la diritta via era smarrita. for the straight way was lost.
첫 줄에서는 우리 삶(our life)이라고 말하면서
두번째 줄에서는 나(I came to...)로 주어가 바뀌어 있다.
이렇게 ‘우리’와 ‘나’를 동시에 말함으로써
<신곡>의 첫머리에서 이 글은 단테 자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도, 나아가 인간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라는 것을,
즉 모든 인간들의 죄와 속죄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 베아트리체
단테는 자신이 사랑했던(이게 단테 혼자만의 짝사랑이었다고도 하고,
아예 베아트리체가 가상의 인물이었다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베아트리체를 천국의 안내자로 묘사한다.
이를 두고 교수님이 ‘단테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독창적인 방법으로
연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고 하셨다.
베아트리체를 천국의 안내자로 묘사함으로써
베아트리체는
천국에 갈 만큼 아름답고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동시에,
단테 자신이 죄를 짓게 되어도
베아트리체는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 주고 있으며,
또한 지옥과 연옥을 거친 단테가
천국에 도착하여 누리는 환희를 베아트리체와 함께 나누겠다는 것 등등
단테의 수많은 감정이
이 설정 하나에 응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 감질나는 부분이다(...).
3. 서양 기독교적 관점의 세계관
아무래도 기독교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지라
등장하는 죄 중에 기독교 교리와 관련된 것들이 많고
(대표적으로 자살이라던가),
지금 관점에서 보기에 영 좋지 않은 대목도 좀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도 이전 시대에 태어나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싸그리 지옥의 Limbo라는 구역으로 간다.
따라서 베르길리우스는 물론,
아리스토텔레스나 호메로스 같은 고대 그리스인들은 전부 여기 있고,
선한 이교도들(대표적 인물로 이슬람의 살라딘이 나온다.)도 이곳에 있다. Limbo에 있는 죄인들은 특별한 벌을 받지는 않지만,
어쨌든 죄인으로 분류되니까 찝찝하긴 하다.
그리고 ‘분열을 조장한 자’들이 벌을 받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는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가 있다(...).
이런 내용들이 있어서 <신곡>을
‘기독교 찌라시’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는데,
강의하신 교수님도 작품의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신곡>을 기독교 홍보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이 작품이 너무나 아깝다’ 라는 말씀을 하셨다.
내 생각도 그렇다. 엄청나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인데
단순히 기독교 얘기가 나온다고 과민반응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아, 물론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다. -_-
4. 한국어 번역본과 영어 번역본 비교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이거다.
(무언가를 까는 것은 역시 재미있는 법이다.)
<지옥편> 을 배운 후 군대에서(의경으로 중대 행정반에서 근무했었다) <연옥편>과 <천국편>을 읽으려고
<신곡> 한국어 번역본(열X책들 출판)을 읽었는데,
주석의 양이 영어판과 비교해 볼 때 너무 부실했다.
번역 자체의 질이야 내가 이탈리아어를 모르니 말할 수 없지만,
주석에 관해서는 영어 번역본에 있는데
한국어 번역본에는 없는 것이 많았고,
있는 주석도 거의 고유명사 뜻풀이 뿐이었다.
예를 몇 개 들면,
영어판에는 첫 구절(Midway in the journey of our life...)에
'이 구절은 성경의 Isaiah 38:10에서 따 온 듯하며',
‘서양의 서사시들은 도입부를 [ ~ 의 한가운데에서]로
시작하는 전통이 있다’는 것 등의 해설이 덧붙여져 있으며,
또한 단테의 길을 막는 표범, 사자, 암늑대가 한국어판 주석에는
‘음란, 오만, 탐욕’을 상징한다고 나와 있는데,
영어판 주석에는
(1)‘음란, 오만, 탐욕’ 외에도 (2)‘시기, 오만, 탐욕’이라는 설, (3)‘incontinence(무절제. 즉 음란, 탐욕 등),
malice(악의. 여기서는 폭력을 말함),
mad brutishness(여기서는 사기, 배신을 말함)’이라는 설,
(4)‘피렌체의 단테의 정적(政敵)’을 상징한다는 정치적 해석 등
다양한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Canto 20에서
(내가 Canto 20을 설명 발표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는 빠삭하다(...))
예언으로 사람들을 현혹한 예언자들이 벌을 받는 곳에서
단테가 베르길리우스에게 벌을 받고 있는 마녀 Manto에 대해 묻는데, 베르길리우스는 Manto가 늪 한가운데의 땅에서 살다 죽었으며,
Manto를 피해 도망쳤던 사람들이
그녀가 죽은 후 돌아와 Mantua라는 도시를 세웠고,
이곳이 베르길리우스 자신의 고향이라는 설명과 함께
단테에게 자신의 고향에 대한 다른 설명을 듣거든
거짓말이라 생각하라고 말해 주는 대목이 있다(이 부분이 작품 내에서 베르길리우스가 가장 길게 말하는 부분이라 한다).
한국어판에는 여기서 Manto에 대한 설명만 주석에 달고 넘어갔는데,
이 대목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다.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는
Manto의 아들이 Mantua를 세웠다는, 위 내용과 모순되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베르길리우스는
Manto의 아들이 세운 도시에서 태어났으니 Manto의 후손이 되고,
따라서 Manto의 예언 능력을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단테가 베르길리우스로 하여금
자신의 작품 속 내용과 다른 설명을 함으로써
Manto의 후손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Mantua를 세운 것으로 만들었고,
따라서 베르길리우스가
예언 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을 없애 버린 것이 된다.
이러한 단테의 하이 개그를 영어판에서는 주석으로 설명해 놓았는데, 한국어판에서는 묻혔다(...).
그 외에도 단테가 사탄의 팔 크기를
Canto 31의 거인과 자신의 키에 비교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영어판 번역자는 이걸 가지고 사탄의 크기가 약 2000피트라고 계산해서
주석을 달아 놓았다(...).
이런 자잘하고 재미있는 주석이 한국어판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첫 시간에 교수님이 한국어 번역을 놔두고
굳이 영어 번역으로 수업하는 이유가
‘서양은 700년간 단테를 연구해서 방대한 자료가 축적되어 있는데,
한국에는 아직 그런 것이 부족하다’라고 하셨는데,
한국어 번역본을 읽으면서 많이 실감했다.
교수님이 주석의 다양한 내용을 언급하시면서
‘이런 주석들을 참고하면서 어떤 내용이 숨겨져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책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이다’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한국어판에 주석이 부족하다 보니
영어판에 비해 내용 이해가 잘 되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진 것 같다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머리가 굳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_-).
그리고 주석 말고 아쉬운 부분으로,
이탈리아 어 원문을 읽어 보면 각 행끼리 각운이 맞는다.
몇 구절을 보면 –
Nel mezzo del cammin di nostra vita (A)
mi ritrovai per una selva oscura, (B)
ché la diritta via era smarrita. (A)
Ahi quanto a dir qual era è cosa dura (B)
esta selva selvaggia e aspra e forte (C)
che nel pensier rinova la paura! (B)
Tant' è amara che poco è più morte; (C)
ma per trattar del ben ch'i' vi trovai, (D)
dirò de l'altre cose ch'i' v'ho scorte. (C) ...
즉 각 연의 첫 행과 끝 행의 라임이 맞고,
가운데 행과 다음 연의 첫 행, 마지막 행의 라임이 맞는다.
영어판에서는 한쪽에 원문을 수록해 놓아
독자들이 이탈리아 어를 모르더라도 보면서
라임을 맞춰 발음해 본다든지
‘오 존나 짱인데!’ 하고 놀란다든지 할 수 있는데,
한국어판에는 원문이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이상 너무 한국어판을 깠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단테 번역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
앞으로 고전을 찾는 독자들이 많아지고,
고전 번역도 활성화되면 더 훌륭한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언제쯤이면 그렇게 될런지는 알 수 없지만...
*************
한 꿈의 기록이다.
교회의 첨탑이 보이고,
흑백의 영상으로 가족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한 의로운 목사가 서글픈 설교를 한 것 같다.
곧 화면은 전환되었다. 마치 게임 '디아블로'를 연상시키듯
이 황량한 공간이 펼쳐지고
그곳은 흡혈귀의 도성, 즉 지옥이 되었다.
거기에 한 방랑하는 여인이 나타났다.
아무런 무기도 없이 방어구도 없이
그리고, 마법의 도움도 없이
그 위험한 지역을 방랑하는 것이다.
그 여인의 슬픈 표정이 나를 끌어당겼다.
곧 그 여자는 한 가지의 비밀을 알아냈다.
그것은 정령을 소환하듯이 천사를 소환해내는 것이다.
그것은 유일한 무기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천사장 미카엘을 소환했다.
그런데, 그 천사장은 거대한 석상에 불과했다.
마치 어떤 소설 '천사는 말이 없었다'를 연상시키듯이
그런 서글픈 현존을 제시한 것이다.
다시 화면이 전환되었다.
한 방에 한 남자가 고독하게 앉아있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바로 그 사내가 천사장 미카엘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마침 지옥의 대마왕,
마녀와의 결혼을 시도하고 있었다.
마치 탄트라에서의 시바신과 검푸른 칼리 여신의 형상으로
곧 아름다움을 치장한 마녀가 나타났고,
그녀는 미카엘에게 방랑하는 여인을 아느냐고 물었다.
미카엘이 대답했다.
"옛날 아내야…."
그들은 곧 성교의 자세를 취했고,
미카엘은 흡혈귀 마녀에게 '소멸수'를 건네준다.
결혼의 조건으로,
곧 그녀가 '영생'을 상실한 대가(對價)의
평범한 여인이 되길 고대하면서 말이다.
흡혈귀 마녀는 지껄인다.
"이럴바엔 옛날 아내에게 잘해 줄 것이지…."
다시 화면이 전환되었다.
다시 '디아블로'의 던젼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중앙은 거대한 지옥의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고,
왼편에 순교자들을 위한 십자가들이 널려있었다.
그리고, 오르편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방랑하는 여인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두명의 친구를 이끌고 여전히 방랑했다.
하지만, 곧 한 여자는 흡혈귀에게 물려서 전염되었고,
곧 다른 한 여자를 물어뜯었다.
방랑하는 여자와 상처를 입은 여자는 도망쳤다.
상처를 입은 여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때 방랑하는 여인이 비감하게 말했다.
"영생을 얻으면 살 수 있고,
원한다면 고통스럽게 죽을 수도 있어?
어떻게 할거니?"
상처입은 여자는 대답했다.
"죽고 싶어…."
곧 상처입은 여인은 추한 몰골로 죽어갔다.
흡혈귀가 안되는 조건이었다.
갑자기 방랑하는 여인은 대마왕의 동생,
즉 마녀의 남동생에게 쫓기기 시작했다.
그는 무서운 근육을 지녔고,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였다.
방랑하는 여인은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옛 남편,
즉 천사장 미카엘의 방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방랑하는 여인은 필사적인 심정으로 사내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그 방 안에 사내는 고독하게 앉아있고, 문은 잠겨있었다.
하지만, 곧 그 문도 흡혈귀에 의해 곧 부서질것처럼 위태로웠다.
여자는 간절히 갈구했다, 제발 도와달라고….
그러자 사내,
즉 천사장 미카엘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악몽에서 깨어나라…."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그 사내는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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