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타자르 그라시안의 회상
- 내 생애의 끝에 서서
*음원은 하단에 있으니 끄실 수가 있습니다.
l658년 8월 10일 이날은 내가 58세가 되는 날이다.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는 나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지금까지 내 생애에서 일어난 증요한 일들을 기록하는 것을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내가 비록 지금부터 고통에 가득 찬 내 인생을 쓰려고 하지만
사실 누가 읽어 준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신은 나의 회고록을
적절한 사람에게 맡겨 보살피 주시리라고 믿는다.
내 건강 상태는 악화되고 있으며
남아 있는 내 인생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아마 몇 개월 정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원히 잠들기 전에 누구나 그렇듯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언가 쓸모있는 것을
세상에 남기고 싶을 뿐이다.
나는 '생존을 위한 핵심적 관건은 보신술이다.'라는 말로서
이 글이 후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길 빈다.
인생은 끊임없는 투쟁이다.
특히 세상에서 재물을 쌓으려는 사람들,
그들이 마음 속에 새겨 두어야 할 것들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다.
이 세상은 환상과 위험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톨릭 교회에 몸을 담고 있다.
교회 자체를 탓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교회의 내부에는
나를 파멸시키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주교가 있다.
추기경 세고비아 몬트로 주교이다.
그는 오랜 세월동안 나에 대한 복수심을 가슴에 품어왔다.
남에게 슬픔을 안겨주는 이런 일을
신께서 모른 체하고 계신 줄 아는 모양이다.
나는 일생 동안 민중들에게 설교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왔지만,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못한 채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나는 설교도 할 수 없고,
나의 글은 금서로 지정되어 마술에 걸린 듯 사라져 버렸다.
주교가 내 책을 소지한 사람에게
타락죄를 적용하겠다는 교서를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꼴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만일 이 처벌이
나의 의지를 꺾어 버릴 심산이었다면 그 목표는 달성되지 못하리라.
나는 내 인생의 발자취와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거듭 생각해 본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 가운데
일부 인사들과의 끊임없는 투쟁에 대해 회고한다.
사제들의 임무를 '성인과 같이 관용을 베푸는 일.이라고 한다면,
이 역시 생존 전략의 일환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출세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자발적으로 수도회에 들어왔고.
진심으로 교회의 권위에 복종해 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선량한 교인들을 구박하는
사이비 사제들을 고발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이것이 과연 그리스도 교도로서 불복종죄에 해당되는지 묻고 싶다.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나는 바로 그 죄로 여러 번 문초를 받고 재판에 회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과연 내 양심을 거역할 수 있을까?
마음 속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확신에 찬 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신의 목소리인 것이다.
나는 장님도 아니며 내 마음은 돌처럼 차지 않다.
예수회 형제들은 교회에 충성을 맹세하고도
왜곡되고 의심스러운 교리를 거침없이 설파하고 있다.
그들은 신을 경외하는 교구민들에게 목청높여 천벌을 경고하고 있다.
'자기 마음대로 가고 싶은 길을 가면 악마의 밥이 된다.
' 그들은 계속해서 호소한다.
'교회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라!
신은 무엇이 바르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를 밝혀 주기 위해
이 교회를 선택하셨다!'
나는 괴로운 심정으로 이들의 말을 부정하지 않올 수 없었다.
그리하여 교회가 허용하지 않는 발언을 하고 말았다.
만일 형제들이 전하는 말이 진실이라면
신은 왜 우리들 개개인에게 고유한 '마음'이란 것을 주셨겠는가?
내가 추구해 온 것은 진실을 탐구하는 것이고,
이를 열심히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그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이러한 진실의 탐구가
나를 초월한 그 어느 누구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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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46편 찬양 연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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