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못된 짓만 골라서 하는 아이가 살았대.
주인 몰래 수박 따먹기, 함정 파서 지나가는 사람 망신 주기는 보통이고 호박에 말뚝박기,
똥 누는 아이 주저앉히기, 우는 아이 꼬집기 등 하는 짓마다 놀부 못지 않게 못된 일이었지.
그러니 마을 사람들 치고 누가 그 아이를 좋아했겠어.
누구든지 그 아이만 보면 상대를 하지 않았어.
아이는 아이대로 마을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여 나쁜 짓을 더 많이 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마음씨 착한 분녀라는 처녀가 물을 길러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
동구밖까지 왔을 때였어. 갑자기 쉬잉 하며 돌멩이 하나가 날아오는 거야.
분녀가 재빨리 피하지 않았더라면, 물동이가 깨질 뻔했어. 물론 범인은 그 아이였지.
보통 마을 사람들 같았으면 "또 저놈이로구나. 에이,
물동이 깨지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겨야지."하고 그냥 지나쳤을 거야.
그러나 분녀는 물동이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그 아이를 쫓아갔어.
아무리 여자의 몸이라지만, 도망치는 어린아이를 붙잡기란 그리 어렵진 않았지.
"왜 그래요? 물동이가 깨지지도 않았잖아요?"
붙잡힌 아이는 씩씩거리면서 분녀에게 마구 대들었어.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그 꼴이었지.
그러나 분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이렇게 말했어.
"널 혼내려는 게 아냐. 네 발을 씻어 주려는 거야."
분녀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의 발을 다짜고짜 물동이에 담구고서는
정성껏 씻어 주었어. 워낙 씻지 않은 녀석인지라 맑은 물이 금방 새까맣게 변했어.
"아이구, 더러워라. 너 이 물 좀 마시지 그러니."
분녀가 이렇게 묻자, 아이는 펄펄 뛰었지.
"발 씻은 물을 어떻게 마셔요!"
"그래? 그럼 이 물동이를 집에 가져다가 음식을 담아 먹으렴."
"말도 안 되요! 발 씻던 물동이에 어떻게 먹을 걸 담아요."
"그렇구나. 원래 이 물동이는 참 깨끗했었는데..."
분녀는 이 말을 마치고서는 물동이를 높이 들어올렸다가 아래로 내리쳤어.
쨍그랑! 물동이는 그만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지.
그런 다음 분녀는 부드러운 말로 아이에게 말했단다.
"얘야, 물동이가 깨진 것을 보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흥, 이미 더러워진 물동이가 뭐가 아깝다고 그러세요?"
그제야 분녀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어.
"그래, 바로 그거야. 한번 더러워진 물동이가 깨어져도 아깝지 않듯이,
사람도 한번 쓸모가 없어지면 아무도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단다."
이 말을 듣고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아이.
그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분녀에게 사과를 했어.
"흑흑, 누나. 앞으론 절대로 나쁜 짓 하지 않을 게요."
★나쁜 짓이라는 것을 모르고 나쁜 짓을 저지르는 아이는 교화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나쁜 짓인 줄 분명히 알면서도
그런 일을 하는 아이를 교화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야기에서 나오는 분녀처럼 희생과 사랑 없이는 아이를 감화시키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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