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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코의 제자들이 스승과 함께 40일 금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하루를 남겨 놓은 39일째 되는 날
젊은 제자 하나가 맛있는 스프 냄새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함께 금식을 하던 제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그 젊은 제자를 노려보았습니다.
그 눈길 속에는 유혹에 넘어간 불쌍한 영혼을 향한 애처로움이 아니라
분노에 찬 정죄의 따가운 시선이 들어 있었습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았던 제자들은 유혹에 넘어간 젊은 제자를 엄하게 꾸짖어주기를 바라며
스승, 프란체스코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프란체스코는
말없이 수저를 집어 들더니 젊은 제자가 먹었던 스프를 천천히 떠먹기 시작했습니다.
경악의 눈길로 스승을 쳐다보고 있는 제자들을 향해 프란체스코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가 금식을 하며 기도를 드리는 것은
모두가 예수님의 인격을 닮고 그분의 성품을 본받아
서로가 서로를 참으며 사랑하며 아끼자는 것입니다.
저 젊은이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스프를 떠먹은 것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를 정죄하고 배척하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지금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굶으면서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는 실컷 먹고 사랑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오늘날 기독교에는 그런 종류의 폭력이 난무합니다.
자신이 경건하다고 생각하는 오만이 다른 이들을 향한 판단과 정죄로 이어집니다.
분명 그 사람의 생각은 무언가 옳은 것을 위해 자신이 일조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복음을 위해 개혁을 위해 혹은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한 당연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칼로 찌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느끼게 합니다.
그것이 치명적인 폭력이라는 것을 당사자는 여간해서는 인식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경건의 폭력'이라고 표현한 어떤 분의 글을 읽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새벽기도에 오래도록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집사님의 눈길이 무섭습니다.
그분의 머릿속에는
새벽기도에 빠진 목사와 장로들의 빠진 횟수와 날자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십일조를 정확하게 꼬박꼬박하는 신자의 눈길이 무섭습니다.
그분의 머릿속에는
십일조을 빼먹거나 제대로 하지 않는 형제 자매들의 목록이 빼곡히 들어 있습니다.
40일 금식기도를 다녀온 권사님의 눈길이 무섭습니다.
그분의 시선에는 '너는 왜 금식기도를 하지 않느냐'는 무언의 질타가 섞여 있습니다.
크고 건강한 교회를 다니는 성도가 무섭습니다.
그분의 말투에는 작고 별 볼일 없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이 넘쳐납니다.
무언가를 깨달은 '안티 그리스도'가 무섭습니다.
그분의 몸짓에는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들을 향한 손가락질이 배어있습니다.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신학자가 무섭습니다.
그분 앞에 서면 모든 사람들이 종류별로 차곡차곡 분류되어 버리고 맙니다.
성도수가 제법 되는 교회 목사들이 무섭습니다.
그분의 권위와 무게가 엄청난 압박으로 성도들을 찌그러트립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는 오래 된 전통입니다.
너무도 경건이 몸에 배어
스스로 자신들을 구별된 존재라고 여겼던 바리새인들의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그들은 율법을 지키는 것도 모자라
높은 울타리 철사 담장 율법까지 만들어 놓고 철저하게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음식에 집어넣는 양념이나 향료까지 십분의 일을 구분하여 십일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신앙의 일상화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과시'의 일상 생활로 행동화되어 버렸습니다.
율법과 경건이 종교의 광기(미친 짓)로 고속 운전을 하며 달려갑니다.
그래서 수틀리면 사람들을 돌이나 차로 쳐 죽이고자 하는 무서운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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