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코람데오)♠

태양왕을 거절한 철학자

비타민님 2016. 9. 18. 17:42


괴테와 독일 철학에 깊은 영향을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렌즈를 닦는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 좋아하는 철학 연구에 열중했다.

그리고 수학과 기하학 자연과학의 원리를  철학에 도입하여

새로운 학설을  세웠다.

 

그런데 그런 방식에 대해서

당시의  보수적인 철학과 종교계가 격렬하게 비난했고,

때문에 그의 생활은 점점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굳은 신념을 앞세워  결코 그들의 압력에 굴하지  않았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학설을 굽히지 않았다.

 

무렵 절대 왕정의 화신이라고 일컬어지던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는 문예를 좋아하고

문화 전체에 이해가 깊었기 때문에

스피노자가 생활에 곤란을 겪고있다는 말을 듣고 사자를 파견했다.

 

"만약 그대가 프랑스에 와서 그대의 저서를 내게 헌상해  준다면

해마다  충분한 돈을 보내 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태양왕의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냉담했다.

"뜻은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학문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책을 헌상해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거절하겠습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가 계속되면

처참한 심정에  빠져 자신을 무너뜨리기 쉽다.

가난은 의식주라는  욕망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먹이' 내보이기만 하면 본능적으로 달려들게 된다.

하물며 일화와 같이 중상주의 정책으로

당시 유럽에서 둘도 없는 부와 권세를  휘어잡은 루이 14세가

직접 돈을 주겠다고 하면 덥석 먹이를 물지 않을  사람이 없다.

 

게다가 보수적인 학풍 속에서 자신의 학설이 동네북이  되고 있을

저서를 헌상하라는 조건은 지극히 회의적인  것이다.

따라서 아마도 우리들이라면 이를 파격적인 영광으로 여기고

기꺼이 수락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스피노자는 자신의 학문을 지키려는 순수한 자세를  견지하여

궁핍한 생활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권세 위에 군림하는 문화 이해자'에게 조금도 기가 꺾이지  않고

통렬하게 비판한 것이다. 

이것은 바로 그의 강철같은 신념에서 나온 행동이다.

 

스피노자의 굽힘 없는 당당한 자세는

먹이만 생기면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것을

오히려 인간의 본능으로 긍정하려는 우리의  나약한 모습을

엄하게 꾸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