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코람데오)♠

한용운 스님의 시詩 두편

비타민님 2018. 7. 14. 16:37

복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더 달콤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나의 노래

 

나의 노래가락의 고저 장단은 대중이 없습니다.

그래서 세속의 노래 곡조와는 조금도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오래가 세속 곡조에 맞지 않는 것을

조금도 애달파하지 않습니다.

나의 노래는 세속의 노래와

다르지 아니하면 아니 되는 까닭입니다.

곡조는 노래의 결함을 억지로 조절하려는 것입니다.

곡조는 부자연한 노래를

사람의 망상으로 토막쳐 놓은 것입니다.

참된 노래에 곡조를 붙이는 것은 노래의 자연에 치욕입니다.

님의 얼굴에 단장을 하는 것이

도리어 흠이 되는 것과 같이, 나의 노래에

곡조를 붙이면 도리어 결함이 됩니다.

 

나의 노래는 사랑의 신()을 울립니다.

나의 노래는 처녀의 청춘을 쥐어짜서,

보기도 어려운 맑은 물을 만듭니다.

나의 노래는 님의 귀에 들어가서 천국의 음악이 되고

님의 꿈에 들어가서 눈물이 됩니다.

 

나의 노래가 산과 들을 지나서

멀리 계신 님에게 들리는 줄을 나는 압니다.

나의 노래가락이 바르르 떨다가 소리를 이루지 못할 때에

나의 노래가 님의 눈물겨운 고요한 환상으로 들어가서

사라지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압니다.

나는 나의 노래가 님에게 들리는 것을 생각할 때에

광영에 넘치는 나의 작은 가슴은

발발발 떨면서 침묵의 음보를 그립니다.